양금이가 죽었다. 그저께 아침에 출근하려다 별 생각 없이 창가를 보는데 양금이가 죽어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얼마간 물을 못 준 탓에 죽기 직전의 상태라 생각했다. 가끔 물을 주지 못했을 때처럼 사지가 늘어져 있었는데 그게 평소처럼 흐물흐물이 아니라 바싹 마른 상태이긴 했다. 서둘러 싱크대로 데려가 연거푸 물을 줬다. 다녀오면 살아나 있겠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물을 주고 또 줘도 다시 푸른 빛이 돌지 않았다. 그저 물기 하나 없는 몰골로 나 곧 흙으로 돌아가겠노라 선언하고 있었다. 심지어 거기엔 며칠 전 핀 꽃봉오리도 함께 매달려 그 선언에 동참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 선언이 단호하고 결의에 찬 것이었다면 나는 덜 슬펐을 것이다. 그러나 빛깔과 채도를 모두 잃은 그 침묵에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는 정말 그 꽃봉오리 만큼 슬픈 건 최근에 본 적이 없다.
양금이는 집에서 기르던 식물 천양금의 이름이다. 물 주는 시간, 고작 1분. 그게 내 한계 같았다. 또 하나의 관계가 망가진 것이다. 나는 꽃봉오리가 맺힌 걸 보면서도 '물은 이틀 뒤에'라고 미루다 영영 까먹어 버렸다. 대상이 눈에 들어오는 기회가 매일 주어지는 건 아니다. 식물이 죽을 때 풍기는 냄새를 기억한다. 관계가 썩어가는 냄새를 기억한다. 정말 소중한 건 바로 그때 살펴야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무엇도 죽이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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