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할 때 짓는 표정

2012. 10. 8. 18:02 from 외딴방

 

 

 

 

히사이시 조 지브리 25주년 콘서트. 히사이시 조 공연을 영상으로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기억한다. 충격이라고 해도 좋을 감정적 떨림이 있었는데, 그건 히사이시 조의 표정 때문이었다. 건반을 두드릴 때와 지휘할 때 짓는 표정. 건반을 누를 때 미세하게 떨리는 어깨근육과 지휘할 때 가볍게 흔들리는 몸짓. 진지하면서도 가벼웠고, 엄숙하면서도 부담이 없었다. 궁극에는 저렇게 좋을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이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직업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것. 이것은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일은 그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일을 할 때 짓는 표정과 몸짓은 그 사람이다. 흥미로운 구석이 있는 일을 선택해서 진지하고 기분 좋게 해나갈 때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좋다. 그러니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반하지 않는 건 힘들다. 내게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늘 그런 행운이 오는 것은 아니기에 일단 일을 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의 부분은 언제나 그 사람의 전체와 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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