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만 읽을 수 있을 뿐 나도 모르는 도시야.”
- 신경숙, 『모르는 여인들』
모르는 도시, 라는 말에는 관심을 끄는 묘한 구석이 있다. 사람들은 모르는 도시를 찾는다. 낯선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기대는 두려움보다 언제나 한 발 앞서 있다. 도시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친구에게 어떤 여자가 좋은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친구의 대답이 "모르는 여자"였는데, 그 뉘앙스가 퍽 진지했다. 사람은 도시에나 사람에나 잠정적 낯섦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는 도시에 대한 기분은 어떠한가. 문어는 다리가 8개이고 오징어는 다리가 10개인 것을 알고 있는 기분이다. 어느 순간이 되면 그 사실을 곱씹어 보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기분의 문제다. 사실은 '글씨만 읽을 수 있을 뿐 모르는 도시'라는 저 인식이 이 행성에는 더 잘 어울린다. 이곳은 오징어 다리 따위 11개가 되는 것도 가능한 세계이니까.
이건 번외지만, 탈북 학생들은 남한 교사가 오징어 다리가 10개라고 가르치면 반발한다고 한다. 그들은 한사코 오징어 다리가 8개라고 주장한다. 사정을 알아보니, 북한에서는 남한의 오징어를 문어로, 문어를 오징어로 바꿔 가르치고 있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기는 그런 세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