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큼 나 좋아해?" 하고 미도리가 물었다.
"온 세계 정글 속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돼버릴 만큼 좋아" 하고 내가 말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돼버릴 만큼 좋다는 것은 '너무'라던가 '무척'이라던가 '매우'와 같은 무책임한 부사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구체적이고 충실하며 초현실적인 표현 방법이다. 그 이후로 나는 종종 무언가에 대해 얼마 만큼 좋아하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속으로 '호랑이가 모두 녹아 버터가 될 만큼은 되려나' 하고 생각하곤 했다. 오늘 하루키의 단편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를 읽다 하루키가 어떻게 버터가 되는 호랑이를 발견해 『상실의 시대』에 등장시켰는지 알 수 있었다.
이른바 악순환이다. 출구가 없다. 《꼬마 검둥이 삼보》에 나오는 세 마리의 호랑이처럼, 버터가 될 때까지 야자나무 주위를 계속 빙빙 돌게 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비가 오고 있고 곧 월요일도 올 것이다. 세상에는 버터가 될 때까지 야자나무 주위를 빙빙 도는 호랑이가 있는가 하면, 그 호랑이를 낭만적 존재로 해석해내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뭐, 조금 설레고 그런 것이다.